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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말은 틀렸다... 캐나다에서 아동학대를 대하는 법

by 충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posted Jun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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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누구나 신고 가능... 민법 제 915조 삭제·체벌금지 법제화, 실효성 가져야

20.06.17 18:58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집앞에 내놓고 엄마는 동거남과 영화를 보러 간다. 드라마 <마더>의 한 장면이다. 지저분한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 계절에 맞지 않는 홑겹 옷을 입은 깡마른 아이가 두들겨 맞은 뒤 불꺼진 화장실에 갇힌다. 영화 <미쓰백>의 이야기다. 드라마고 영화라 과하게 설정된 장면이 아니었다. 현실은 그보다 더했다.
      
매달 두세 명의 아이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최근 9세 남아가 7시간 동안 여행가방에 갇힌 끝에 숨졌고, 쇠사슬 목줄로 묶여 있던 9세 여아는 지붕을 타고 목숨 건 탈출을 감행했다. 남아는 이미 한 달 전 곳곳의 상처와 멍으로 인해 아동학대 피해자로 신고된 바 있었다. 여아는 손에 지문이 사라질 정도에 고문과도 같은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에도 이같은 아동학대 사건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지금도 어딘가에, 어쩌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부모에 의해 멍들고 찢기고 피흘리는 아이들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전국아동학대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아동학대 건수는 2만 4604건에 달한다. 2008년 5578건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중 약 80%가 부모에 의한 학대이며,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총 134명이다. 한 달이면 두세 명의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은 그간 어떻게 다뤄져 왔을까? 놀랍게도 2018년 발견된 학대아동 중 분리조치된 경우는 3287명(13.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원가정으로 돌려보내졌다. 학대부모에 대한 교육, 치료 및 학대 재발 가능성 조사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원가정 복귀는 재학대율 10.3%라는 결과를 낳았다. 기적처럼 탈출의 기회를 얻었다 해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옥같은 집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저기 가면 또 집에 보내요."

영화 <미쓰백> 속 학대아동 지은이 경찰서 앞에서 한 말은 불행히도 사실이었다.

학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역시 문제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공개한 '아동학대 사건 판결문 분석결과'에 따르면, 가해자의 절반 가까이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아동학대 관련 법 조항이 존재하고 상습범의 경우 정한 형의 1/2까지 가중처벌도 가능하지만, 문제는 적용의 느슨함에 있다. 체벌에 관대한 유교문화와 '친권자 징계권'의 악용이 그 느슨함을 뒷받침했다. 엄중치 못한 처벌이 재학대 유발의 근거가 됨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신고율도 인식고취가 필요한 부분이다. <미쓰백>에서 학대아동을 경찰서에 데려간 이에게 돌아온 말은 증거도 없는데 아이와 무슨 사이길래 이러냐는 것이었다. 경찰의 말은 틀렸다. 아동학대 신고는 '증거가 없어도', '아이와 무슨 사이가 아니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증거를 찾아 가해자를 처벌하고 아이를 구하는 것은 신고자의 의무가 아니다. 의심정황만으로도 신고하는 이들이 늘어야 조기에 학대아동을 가려낼 확률 역시 높일 수 있다.
   
캐나다가 아동학대를 다루는 방법
   
그렇다면 초기 한국 이민자들이 '사랑의 매'를 들었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는 캐나다의 경우는 어떨까? 캐나다에서는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누구나 신고하도록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법이 아니더라도 시민들의 신고정신이 투철해서, 아이만 차에 두고 잠시 마트에 들어가는 행위로도 경찰과 맞닥뜨릴 수 있다.
   
또한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있는 아동학대 관련 법조항들이 실제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아동학대 사실이 인지되는 즉시 조사과정에서부터 가해자와 아동의 분리가 이루어진다. 현장범의 경우, 일단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후 재판이 진행된다. 판사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접근금지 명령 해제, 부모에 대한 교육과 상담 조치, 아이와 부모의 영구 분리 등의 여부를 결정한다. 아동학대는 중범죄로 여겨 피해 아동이 원한다 해도 고소 취하는 불가하며, 일단 신고된 케이스에 대해서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가 취해진다.


최악의 상황으로 아동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아동은 'Foster Homes'라 불리는 위탁가정에서 보호받게 된다. 위탁 신청한 가정에 대해서는 4~6개월에 걸쳐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위탁부모는 27시간의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매년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관련단체 직원도 정기적으로 위탁부모와 아이 각각에 대해 방문 상담을 실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원가정으로의 복귀가 가장 이상적이라 여기기 때문에 위탁 기간 동안 학대부모는 양육교육을 받게 된다. 하지만 끝내 복귀가 어렵다고 여겨질 경우 입양이나 친척에 의한 양육 등의 방법이 동원된다. 원가정으로의 복귀는 철저한 대비 후 이루어지며, 세심한 사후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추가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고위험군 아동에 대한 선제적 발굴, 최근 3년간 신고된 아동의 재점검, 학대아동 발견시 바로 부모에게서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 도입, 피해 아동 쉼터 확대, 전문가정 위탁제도의 법제화, 자녀 살인시 징역 7년 이상으로 체벌 강화 등이 그것이다.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민법 제915조의 삭제와 체벌금지 법제화'이다. '친권자 징계권'이라 불리는 해당 조항은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종종 학대부모에게 면죄부로 작용하곤 했는데, '징계'의 범위가 모호해서 훈계할 목적으로 체벌했다고 주장할 경우 학대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 추진도 그러한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체벌은 훈육이 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학대와 훈육은 다르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맞는 말이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은 '훈육이었다'고 변명한다. 학대와 훈육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들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부모는 자녀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성숙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도록 '훈육'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훈육의 방법이다. 과연 체벌은 훈육의 한 방편일까?

아이를 때린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한번은 학대였고 한번은 체벌이었다. 어느 날 수없이 지적했던 잘못을 되풀이하는 아이를 보며 '욱'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아차 싶었을 땐 이미 대차게 꿀밤을 맞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난 후였다. 꿀밤을 먹이던 순간 내게 훈육의 의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치밀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때 아이는 '내가 잘못해서 맞았구나' 하고 반성했을까? 그후에도 같은 행동이 얼마간 이어졌던 걸 보면 단언컨대 아이가 그 순간 느낀 감정은 무서움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아이에게 화풀이했을 뿐이고 아이가 얻은 것은 훈육이 아닌 공포였다.
  
아이의 손바닥을 때린 일도 있었다. 다시 거짓말하면 체벌하겠다고 경고해둔 터였다. 말로 하는 훈계에 아픔의 감각이 더해지면 반복된 잘못의 결과가 더 깊이 각인될 거라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손바닥을 때린 뒤 아이를 안아주며 말했다.

"자꾸 거짓말하면 나중엔 네 말을 믿을 수가 없게 돼. 진짜를 얘기했는데도 엄마가 계속 정말이냐고 묻고 의심하면 기분이 어떻겠어? 거짓말은 속이는 거고 그건 사람을 아주 슬프게 해. 네 말 때문에 다른 사람도 슬프고 너도 슬퍼지면 안되잖아."

그때 아이 눈을 보고 분명히 알았다. 잘못을 깨달은 건 손바닥 맞을 때가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는 내 눈을 보며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그 순간이었다는 걸. 그날 저녁 내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다시는 매를 들지 않겠다'였다.

분명 나는 훈육을 위해 흥분하지 않고 '체벌'했다. 부모로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내가 아이를 아프게 하면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 절대 안되는 거야"라고 가르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이가 무의식중에라도 잘못 앞에선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까 두려웠다. "결국 체벌은 아동이 물리적인 힘을 사용한 문제해결을 정당하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인식하게 한다"는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박명숙 교수의 말은 그러한 나의 염려를 대변해준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강지영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 역시 체벌이 훈육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혀진 바가 없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아이의 발달을 저해한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체벌로 학습된 폭력성이 학교폭력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한다면 체벌 외에도 훈육의 방법은 많다. 반복해야 하고 시간이 걸릴테니 쉬운 방법은 아닐 것이고, 체벌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바로잡히는 건 겉으로 보이는 행동일 뿐 잘못 그 자체는 아닐지 모른다.

법률 및 시스템 개정 및 사회적 인식 고취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더이상 가혹한 수치로 아이들과 마주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가방 속에서 생명이 꺼져간 아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도망친 아이의 사연은 오래된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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